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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

우리 동네 쿨한 의사쌤

행복가득
점프일 01-20 12:41 총조회수: 2,994

저희 동네는 주소상 서울시에 속해는 있지만

택시 운전기사님들이 기피하실 정도로 외진 지역이랍니다.

 

병원도 딱 두개 밖에 없는데요.

서비스 정신이 전혀 필요치 않는 주변 환경이다 보니

(왜냐? 불친절해도 환자들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ㅋ)

의사쌤들께서 전혀 자신의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짜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일이 허다하답니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해도 인터넷에 오르지 않나?'

'모르는 타인 앞에서 어쩜 저렇게 편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첨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는데요. 

아플땐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계속 방문하다보니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투박하기 그지 없는 의사쌤들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고 있습니다ㅎㅎ

 

처음 병원에 방문했을 때 저는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떼를 1년 이상 먹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가렵고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거에요.

어린 시절 알러지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완전히 사라진줄 알았던 비염이 다시 시작된 것이지요.

게다가 전혀 없던 염색약 알러지도 더해져

미용실에서 염색 도중 이마, 목까지 붉어지는 당황스런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일단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진찰실에 들어갔는데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만 두드리는 의사쌤~

인사해도 대답도 없습니다. 오우~ 역시 쿨하심

 

멍하니 앉은 채로 2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본인 할거 다 하시고 나서야 비로소 저를 응시하십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비액 스프레이랑 안약, 먹는 알러지약 처방전을 받으러 왔어요"

"언제부터 알러지가 시작됐나요?"

".....아..글쎄요. 아주 오래전이라...중학생때부터일것 같은데..."

솔직히 기억도 나지 않아서 그렇게 대충 말했더니 갑자기 냅다 소리 지르시는 선생님..

"댁이 중학생때가 언젠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 예??......."

"몇년도냐구요?!!"

"아...그게...한 30년 될까요?, 아니 더 넘었나?"

제 나이 정도 되면 솔직히 숫자계산이 되질 않습니다ㅠㅠ내 나이가 몇살인지 가끔 까먹을 때도 있구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대답했더니만 더 크게 돌아오는 응징의 고함소리...

"댁의 나이가 O살이라면서요!!!"

"...아...예"

"그런데 어떻게 30년이라는 거에요!!!"

".....그게....저...."

결국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년도를 한참 동안 계산해서 말씀드리며 

저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ㅎ

 

그런데 그 와중에도 꼭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요.

이젠 라떼를 먹지 않는데도 계속 알러지 증상이 있는 이유가 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잠들어있던 알러지 인자를 흔들어 깨우고 나면 다시 원상복구되기가 어려운 것인지,

왜 염색약까지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천천히 상황설명을 하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제 생각에 인스턴트 라떼를 오랫동안 먹어서 알러지가 재발한것 같아요"

"그럼 먹지 말아요!!!"

헉! 말문이 막힌 저...

"에...근데요 선생님...그게...지금은 라떼를 안먹어도 반응이 나타나서요"

"그럼 그게 아닌가부지!!"

"...........아......예..."

 

오매...더이상 대화가 무의미함을 깨닫고 저는 입을 닫았습니다ㅋ

시종일관 관심없고 성의없는 말투로 내지르기만 하시는 우리 의사쌤~

암튼 첫번째 진료는 정말 강렬했습니다.

 

두번째 방문했을 때는 미열과 설사 때문이었는데요.

소화가 도통 안돼서 위염인가 했더니 선생님 말씀으로는 위염으론 열이 나지 않고 

장염이 맞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응축성 위염 증상이 오랫동안 있었거든요"

"그건 늙어서 오는 거에요. 늙으면 다 와요."

헉!!....늙...어...서...

 

"전 장염인줄 모르구 자꾸 미열이 나서 코로나 인줄 알구 PCR검사까지 받았네요"

"뭔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녀요!!!"

"......아....예..죄송합니다" (실은 뭐가 죄송한지도 모르겠음ㅋ)

 

늙은이가 됐다는 멘붕 후 선생님께서 배를 눌러보시기 시작했는데

"여기 아파요? 여기는요? 여기는요?"

계속 배 이곳저곳을 눌러보시는 와중에

"여기가 아파요" 하면서 식도와 위가 닿는 부위를 짚었더니

나직히 내뱉는 싸늘하고 냉정한 한마디....

"손 치워요"

아..............저의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향했습니다ㅎㅎㅎㅎ

역시 두번째 진료도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지요.

 

병원이 두개라 혹시 다른 병원에 가면 되지 않냐구 물으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함정은 둘다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ㅎㅎㅎ

근데 다른쪽 병원 쌤은 이쪽 선생님보다는 상태가 다소 양호해서 환자들이 더 많이 몰리는 편이거든요.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전 이 병원만 다니고 있네요.

방문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에 이젠 오히려 웃음이 나오기까지 합니다ㅎ

 

제가 이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하면 

대부분 많이 웃다가 끝에 가서는 그 선생님 멋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웁니다.

진짜 멋있는 선생님인 것 같아요ㅎㅎㅎㅎ

결국 세상 사람들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사는거 아니겠나요?

내 공간에선 내가 최고이고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나 싶어요ㅋ

 

오히려 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시는 카리스마 선생님께서 

오래오래 진료해주셨음 하는 바램도 드네요.

미운 정이 엄청 들어버렸나봐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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