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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

사라진 부동산에 얽힌 추억

행복가득
점프일 12-24 13:18 총조회수: 3,550

무심코 동네를 걷다가 핑크색으로 확 바뀐 새 이름의 부동산 간판을 보고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저희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부동산이었는데요.

'무슨 일이 있나? 혹시 그 재수없는 사장이 관뒀나? 아니면 단순한 리모델링인가?'

궁금증이 밀려왔습니다.

 

동네 소식통 슈퍼 사장님께 슬쩍 여쭤봤더니

아니나다를까 동네 인심을 엄청 잃고 여기저기 적들을 너무 많이 만드는 바람에 

장사를 더이상 할수 없어서 남에게 부동산을 넘겼다는 후문이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됐구나 쯧쯧쯧...'

보통 동네에서 스쳐 지나가며 만나는 분들과 사이가 악화될 일이 많지는 않지요.

아마 평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을 해당 부동산과 겪었네요.

인사는 커녕 멀리서 서로 얼굴을 보면 길을 돌아갈 정도로 피하는 관계였으니 말 다했지요ㅋ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맨 첨에 이 동네로 이사오면서 인터넷으로 문제의 A부동산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A가 보여준 첫 집에서 전세 계약을 했고 (편의상 '부동산' 단어는 생략할게요)

계약 후에 고맙다며 A에게 선물도 사다준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2년 후 집주인이 집을 팔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자 

다시 A에게 집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직후 전세가 나왔다며 A와 보러간 전세집이 적당히 맘에 들었고 

첫 집에서 운이 좋게 바로 계약하게 됐어요.

 

집을 두개나 A와 계약을 했으니 거기까진 참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아마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기 때문에 A의 진짜 얼굴을 알지 못한채 

화기애애한 몇년이 흘러갔던것 같아요.

 

두번째 집에서는 4년 정도 살게 됐는데요.

오래오래 살아도 된다시던 집주인분께서 갑자기 급전이 필요한 바람에 

매매로 내놓게 됐고 다시 전셋집을 알아봐야했어요.

 

그때부터 A와 인연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 보여주는 집집마다 뭔가 흡족하지 않은 거에요.

당시 저희가 살던 주변 동네를 원했었는데 지나치게 멀다던가 

강아지들 산책 때문에 저층을 부탁했었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4,5층을 보여준다던가

필수적인 조건들을 완전 무시하고 무조건 아무 집이나 계약만 하라며 밀어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세 집 정도 연달아 보게 됐는데 너무 원하는 방향과 어긋나니 계속 맘에 들지 않을 수 밖에 없었구요.

그 와중에 A 부부가 보여준 태도에 점점 지치기 시작했지요.

A부동산이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한지라 하루에도 몇번씩 얼굴을 보게 됐는데

그때마다 빈정 반, 협박 반 '저번에 봤던 집도 금방 나갈 예정이다, 더 이상 전세 안나온다'며 

A가 수시로 비꼬듯 던지는 말이 부담이 됐습니다.

아니, 앞으로 미래에 전세가 나올지 안나올지 본인들이 어떻게 알아요ㅠㅠ초능력자도 아니구...

 

A 사모는 더 정도가 심했는데요.

30년 넘은 너무나 오래된 빌라를 보여준 후 지금 무조건 계약해라 정신없이 몰아붙여대는 바람에

"맘에 안들어요" 란 말조차 하기 민망한 상황이 계속 발생했지요.

 

집을 더 보여달라고도 못하겠고 

분명 제가 고객인데도 이상하게 코너로 몰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 싫어서

더이상 A부부와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딴 부동산을 알아본 후 편안한 인상의 B부동산 여사장님을 만나게 됐는데

첫눈에도 좋은 인연이란 걸 알아볼 정도로 서로 맘에 들어했답니다.

B 사장님과 몇군데 집을 봤고 계약을 추진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꼬리를 일어나는거에요.

 

계속 계약들이 캔슬되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집주인들과 상대 부동산들이 저희를 기피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첨엔 원인을 몰라서 그동안 계약들이 순조로웠던게 운이 좋았던 것이었나 했는데

뒤에 A부부가 있었단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저희가 보려는 집이나 하려는 계약마다 따라다니며 저희집 정보를 흘린 것이었는데요.

동물들이 많다는 것 뿐 아니라 저희 가족들의 성격까지 헐뜯으며 

완전 사이코 가족으로 매도해버린 것입니다.

 

더 어이 없는 일이 발생한 건 그렇게 모든 계약을 훼방놓은 후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받아보니 A사모였습니다.

배시시 웃으며 "집 계약 했어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제가 무뚝뚝하게  "아니요" 하자

"아이구..왜 못했어요? 지금 집 하나 있는데 같이 보러 갈래요?"

 

정말 소름끼치는 건 그 집도 A사모가 뒤에서 집을 못보도록 훼방을 놓았고

집주인에게 똑같이 저희 가족 험담을 해놓은 후 일어난 일이었다는 겁니다.

같은 집에 대한 B와의 계약은 훼방놓은 후 

타부동산을 끼지 않고 단독으로 A가 저희를 꽂아넣어

계약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혔지요.

집주인에게 도대체 무슨 핑계를 대려고 저럴까요?

사이코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착하더라 이러려고 그러는 걸까요?

 

제 나이가 조금만 어렸어도 아마 별 내색 못하고 피하기만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깡패라고 얼굴이 두꺼울대로 두꺼워졌는데 뭐가 무서우랴 싶어 

저도 모르게 발끈하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집 못본건 사장님 때문 아니에요?"

순간 엄청 당황한 A사모의 목소리..끝까지 모르는 일이랍니다. 

그 와중에 어떻게해서든 집을 보게 하려고 집요하게 말을 돌리더라구요.

미안함도 없고 죄책감도 없고 오직 돈, 돈...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은 채 머릿속엔 단독으로 계약이 이루어졌을 경우 

양쪽에서 들어올 수수료 생각 뿐인것 같았습니다.

전 다시는 연락하시지 마시라고 그쪽이랑 계약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끊어버렸습니다.

 

분명히 저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도 계약 방해는 멈추질 않았습니다.

본인들과 계약 안할거란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알았을 것이고

본인이 못먹을 바에는 B와 저희집, 양쪽 모두 엿먹어라 내지는 막가자는 뜻이겠지요?ㅎ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고 그래도 두번이나 A에서 계약을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나 싶고

이번만 집을 세번 정도 본거지 앞서 두번 계약은 보여준 첫 집에서 이루어졌는데

왜 우리가 온갖 트집을 잡는 사이코 고객이란 건지도 이해도 안가고...

그리고 보통 여러번 보는게 정상 아닌가요 여러분? 그게 우리의 권리인거잖아요.

 

남편과 가서 항의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중간에 말을 전한 분들이 곤란해질것 같더라구요.

결국 저희는 전세를 포기하고 매매로 맘을 바꿨습니다.

저희집에 동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집주인분들이 꺼려하실 수 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시각이 단순해지면서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동산 장난질에 대한 서러움 혹은 분노의 감정에만 빠져 있으면

아무것도 변할게 없을 것 같더라구요.

예정엔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쌈짓돈을 털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며 이를 악물게 되었지요.

 

그래서 대출을 끼고 결국 지금의 빌라를 갖게 되었습니다.

몇년 지난 지금은 다 갚았구요.

사고 나니 얼마나 후련하고 행복한지ㅎㅎㅎ

이젠 2년마다 이사갈 일도 없고 동물들이 집을 상하게 할까봐 전전긍긍할 일도 없으며

집주인과 주변 이웃들 눈치볼 일도 사라진 것이 정말 큰 행복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A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집을 갖게 됐을까 싶긴 해요.

오히려 고마우신 분들일까요?ㅎㅎㅎ

하루에도 여러번 마주쳐야 해서 그때마다 제 표정이 저도 모르게 굳어지고 분노가 솟구쳐 올랐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으니 시원섭섭한 감이 있네요.

 

한때는 '저런 분들은 돈을 벌면 안된다'는 정의감에 불타서

부동산을 알아보는 지인들께 절대 A부동산은 가지 말라구 열변을 토하곤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굳이 제가 나서지 않더라도

세상의 이치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도태될수 밖에 없는 삶을 사셨던 것 같아요.

 

눈 앞에 보이는 잠깐의 이익 때문에 수십번 얼굴을 바꾸고 임기응변으로만 일관하게 되면

결국 모든 걸 들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돌아서게 되지요.

오죽했으면 근처 부동산들까지 같이 거래안하려고 뭉쳤을까요?

 

맨 첨에 계약할때 A가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요.

"이 주변엔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을 하고 아침엔 새소리 때문에 늦잠을 못자요.

동네가 너무 좋아서 한번 들어오면 못떠나요"

 

어떤 동네든지 오래 살면 정이 들고 고향이 되긴 하지만

A가 이 동네에 많은 애정을 가졌던 것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랜 터줏대감이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주변의 인심을 모두 잃고 평생 일군 일터,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면서 

A가 느꼈을 비애감도 컸으리라 봅니다.

그렇다고 원인이 무엇인지 자성해보거나 후회를 할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워낙 꼿꼿하고 강한 양반이기 때문이지요.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사실 것이고 그 부분에 측은함과 안타까움이 많이 드네요.

 

A가 동네를 뜨고 나니 비로소 A를 용서하게 됐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간 많이 미워했던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큰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앞으로 어디에 계시든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이번 주말~!

여러분은 멋진 계획들 있으신가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움직이지는 못하시더라도

따뜻하고 의미있는 추억들이 가득한 날 되시기 바래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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