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얽힌 추억

요즘은 초등학생간의 왕따 문제가 참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의 학창시절엔 '왕따'란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게 심하게 당하는 학생도 없었던 때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불쑥 비슷한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요.
그저 교우 관계의 소소한 문제 혹은 성장통의 일종으로 해석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일이었습니다.
손 꼭 잡고 붙어 다녔던 너무나 친했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냉랭해지기 시작한 거에요.
눈만 마주치면 표정이 싸늘해지며 고개를 돌리고,
제가 선생님께 혼나는 등 곤란한 상황에 처할때마다 킥킥대며 웃는 소리가 들리고
노골적으로 앞자리에서 보란 듯이 제 흉을 보곤 했습니다.
지금도 정확히 기억나는건 가슴이 정말 많이 아팠다는 것입니다.
어렸기 때문에 찢어질듯 아픈 마음을 부모님께 표현도 못했던 것 같구요.
혼자 꾹꾹 삼킨다는 개념도 없던 터라 그저 아프면 아픈대로 학교생활을 계속했던것 같아요.
고등학교까지 드문드문 비슷한 일이 이어졌는데
이제야 그 모든 것에 관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답니다.
전 그 아이들을 원망했던 마음이 크지 않았고 딱히 커다란 피해를 본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 나이까지 아픔이 생각날 정도라면
실제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본 아이들은 어른이 되서도 상처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ㅠ
저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저의 친구들이 철저히 힘의 원리에 의해 움직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주어져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르소나가 벗겨지고 본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약한 상대가 자신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힘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저 자신 때문에 모든 사건이 야기 됐다는 것을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으니 참 억울하네요ㅎㅎ
빨리 깨달았으면 추억을 떠올릴때 덜 아팠을 텐데 말이죠.
제 왕따 문제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엮여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저희 아빠가 무섭고 강압적인 분이셨습니다.
시키면 시킨대로 해라, 내가 자식들의 인생을 모두 설계하겠다는 교육관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내성적이었던 저는 아빠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자존감이 텅 비어 있었던 상태였지요.
그랬던 저의 눈에 눈부시게 빛나 보이는 친구들이 쑤욱 들어오면
마치 저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존경심도 같이 올라왔던것 같아요.
그들과 같이 있다는 자체 만으로 기쁘고 위안이 됐습니다.
한 울타리에 있을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뤄도 좋았지요.
잘보이기 위해 기꺼이 모지리 흉내를 냈으며
저에게 뭘 지시해주면 오히려 더 기뻤던 것 같아요.
늘 좋아한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있는 힘껏 애정공세를 퍼부어댔답니다.
그러니 처음엔 절 좋아했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싫증나했고 짜증스러워했고 괴롭히는 것을 즐기게 된 것이지요.
결국 원인은 저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능에 의해 움직였던 친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굳이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당시엔 타인의 상처에 대한 공감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다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아이들도 커가면서 저를 한번은 떠올리지 않았을까...
복합적인 감정이 들겠지만 한켠에 미안함도 한조각 반드시 존재할 거라 믿어요.
한가지 현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픔도 딱 한가지가 원인이 아니라 어린시절, 가족, 친구 등등 여러가지가 연관돼 있기도 하지요.
원인을 정확히 알고 나면 과거의 아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건,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평생동안 비슷한 패턴의 일을 겪게 될 확률이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어린시절의 상처가 있다면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낱낱이 해부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오롯이 상처 속에 빠져서 남을 원망하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원인을 찾아가보는 것~!
답답하기 그지없는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오늘은 어떤 상처를 해체시켜서 떠나보내볼까요?
선택하시고 집중하신 후 완전히 하늘로 날려버리세요~
날려보낸 양만큼 너무나 후련한 나머지,
몸도 마음도 깃털처럼 가볍고 환해지실거에요^^
오랜 상처를 떠나 보낸 오늘!
정말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하루, 행복감 만땅인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