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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

피아노의 쓰임새

행복가득
점프일 01-13 12:27 총조회수: 5,827

한때 부모님께는 뿌듯한 자랑이자 자부심이었고

저희들에겐 보기도 징글징글한 애물단지였던 피아노ㅋ

 

예전엔 피아노 있는 집이 많지 않았었지요.

저희도 피아노엔 별 관심이 없고 놀기 바빴던 시절이었는데

하필(?) 엄마의 꿈이 자식들한테 피아노를 가르치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엄마의 적극적인 설득과 아빠의 허세가 맞물려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고물 피아노를 아저씨 여러명이 영차! 영차!하며 집 안에 들여놓은 날 이후...

저희들에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ㅎㅎㅎ

 

가기도 싫은 피아노 개인 교습소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어야 했는데

당시엔 교육관이 체계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히스테리컬한 엄마친구 선생님이 걸핏하면 화풀이를 아이들에게 해댔습니다.

 

욕과 비하하는 말은 예사였고 때리고 꼬집고...(옛날엔 다 그랬습니다ㅎㅎㅎ)

너무 겁이 나서 피아노 교습소 가는 것이 공포 그 자체였는데요.

게다가 네댓살쯤 된 선생님 딸도 물론 아이라 철몰라서 그랬겠지만

제 손을 자주 물어서 이빨과 멍자국이 심하게 나기도 했지요.

 

하루도 울고 오지 않은 날이 없었답니다.

교습소로 피아노책을 들고 가는 걸음걸음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는지

지금도 정확히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올때까지 가슴이 조마조마 눈치만 보고 있고 여지없이 들리는 욕지거리ㅠㅠㅠ

끝나고 나올땐 천국이 따로 없었지요.

마치 하늘에 둥둥 떠오르는 기분으로 "난 자유다!!"를 마음 속으로 수십번 외쳤던 기억도....ㅎㅎ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다행히 부모님께서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덜해가시게 됐고

자연스럽게 교습소도 끊게 됐습니다.

 

그후로 피아노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았는데요.

한때 방문지도교사를 잠깐 해보니 저 자신도 그닥 훌륭한 스승은 아니더라구요ㅠ 

애들 앞에서 감정 컨트롤도 안됐을 뿐 아니라 머릿속에 아이들 걱정 보다는

내몸의 편안함, 내 페이 등등만 꽉 채우고 있었을 정도로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쁜 선생이었다는 심한 자책을 하게 되면서 

그간 스쳐지나온 많은 선생님들을 달리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인간 대 인간으로 미성숙하고 혼란스러운 20대의 어린 피아노 선생님을 이해하게 됐지요.

 

최근에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왜 그렇게 애들이 싫어했는데도 보내셨냐고 여쭤보자

엄마가 정말 많이 놀래시더라구요.

그 친구분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계셨지만

아이들한테 그정도로 심하게 하는건 전혀 모르셨고 

또 그렇게까지 저희들이 가기 싫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셨다고 해요.

그러구 나서 두고두고 가슴아파하시는 걸 봤습니다.

 

괜히 얘기했다 싶으면서도 도대체 당시에 저희들이 부모님께 왜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갸우뚱하게 되더라구요.

 

아무튼 한때는 집안 식구들 모두에게 극과 극의 의미를 지녔던 애물단지 피아노!

이제는 냥이들의 놀이터가 돼서 또 쓰임새를 달리하고 있네요ㅎㅎㅎ

당시 저희 아빠는 애들한테 피아노를 사줬노라며 주변 지인들에게 

뻥뻥 큰소리로 자랑하시는 것이 큰 행복이셨는데

설마 냥이들 놀이터 겸 급식소가 될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셨을 듯 해요ㅋ

 

뭐 어떤 식으로든 아직까지도 존재가치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요.

비록 지금은 연주할 사람조차 없지만 평생 가족들과 함께 해온 정든 피아노와

앞으로도 내내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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