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단체모임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날 주제가 아마 "취미 소개"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비슷비슷하고 지루한 발언들이 이어졌지요.
그랬다가 어떤 한 분의 이야기로 분위기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만약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지도에 옮긴다면 어떻게 그려야 할까?' 를
늘 생각하면서 길을 걷습니다. 특히 남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길을 찾고
제가 찾은 길을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첨에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보통 취미라고 하면
독서, 운동, 영화감상...뭐 그런 걸 떠올리잖아요?
'지도 그리기'가 튀어 나오리란 걸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요?ㅋ
그런데 그 사람 말이 끝나자마자 "나도" "나도" "나도" 하며
우후죽순 같은 공감대를 이루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커졌지요.
왜냐면 그때 모인 사람들 역시 저처럼 그런 취미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안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뜻밖에도 많은 이들이 등장을 하자 놀란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보가 빠르지도 않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장도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정작 당사자들도 본인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놀라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눈빛부터 달라지지요.
생동감이 넘치며 목소리가 커지구요ㅋ
방금까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들이 갑자기 딴 사람으로 바뀌면서
열정적으로 그들만의 모험담들을 쏟아놓는 시간으로 변모해갔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도 전 하등의 관심이 없었고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기한 무리들'쯤으로 치부하고 넘겼을 뿐...
그런데...언젠가부터 한적하게 숨겨진 길을 찾는 걸 즐겨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ㅋ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길을 찾고 그 길을 기록해놓고 스스로 행복해할 때마다
그때 모임의 일이 떠올라 피식 웃곤 하지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면 더 좋습니다.
시골길처럼 풀과 나무가 무성한 채로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더더욱 좋지요.
덩굴식물이 칭칭 감아 올라가고 있는 버려진 리어카나
우스꽝스럽지만 나름 진지하게 걸어놓은 야자열매를 보면
마치 보물을 만난 것처럼 행복해집니다.
이게 어떤 심리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아마도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의 패턴 속에서
신선한 자극을 바라는 뇌의 본능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아이처럼 모험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걷는 행위 자체로
마치 전혀 딴 세상을 던져진 듯 뇌는 인식하게 되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풀가동하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취미를 좋아했구나~ 무릎을 탁 쳤지요ㅋ
이젠 당당하게 <길찾아 지도그리기>란 이름으로
유명 취미 반열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도 오늘은 가보지 않은 숨겨진 길을 찾아보세요~
길을 탐험하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정신이 명료해짐과 동시에
자신 속에 깊이깊이 숨겨져있던 피터팬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실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