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에서 운동이 끝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따라 나오시면서 말을 거셨습니다.
"지난 주말에 어디 놀러갔어?"
"아니요? 그냥 집에 있었어요"
석가탄신일과 어버이날이 겹치긴 했지만 딱히 긴 휴일은 아니었는데 왜 저런 질문을 하시나 싶었어요.
"선생님은 어디 가셨었어요?" 여쭤봤더니
"아니..내가 갈데가 어디 있나"
심드렁한 반응이시네요.
'엥? 주말마다 전국 산천 안다니시는 데가 없는 분이 왜 저렇게 말씀하시지?'
연세는 많으시지만 제가 봐도 정말 부지런하시고 관광을 열심히 다니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도대체 말씀의 의도를 짐작할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침묵을 하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아주 하기 싫은 말씀을 하시는 듯한 말투로
"주말에 어버이날이라구 카네이션을 사왔더라구"
라고 툭 내뱉으시네요.
'아!! 그걸 자랑하고 싶으셨구나!!'
속으로 큰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으면서
오바하지 않는 적당한 텐션으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 너무 좋으셨겠다! 큰며느리랑 예비 며느리까지 다 같이 왔어요?"
"응~ 좋긴 뭐...어버이날이 별거라고...카네이션 화분이 두개나 생겼어. 그걸 어디다 쓸데 있다구..."
계속 입을 삐쭉삐쭉 하시면서 말씀을 이어가고 싶어하셨는데
딴 회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멈출 수 밖에 없으셨지요.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부모님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나봅니다ㅎㅎ
그렇다고 팔불출처럼 대놓고 할수도 없고
그런 척 아닌 척 자랑하시는 모습이 마치 해맑은 아이처럼 느껴져서
한동안 선생님만 떠올리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여러분 부모님도 그러시죠?ㅎㅎㅎ
그리고 얼마 전엔 좀 짠한 일도 목격했는데요.
집 근처를 걷고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께서
어색한 표정으로 쭈뼛쭈뼛 저에게 말을 거시는 거에요.
"이게...우리 자식들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냥 내가 호기심으로 하고 싶어서..."
'엥? 도대체 무슨 말씀이시지?'
할머니를 훑어봤더니 그제야 손에 들린 작은 종이 박스가 보였습니다.
전 할머니를 쳐다본게 아닌데 아마 제가 유심히 보았다고 착각하셨나봐요.
모르긴 몰라도 박스 줍는 일을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신 듯 했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괜히 당신 자식을 욕먹이는 일일까봐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내 자식은 잘못한게 없다는 걸 반복해서 말씀하고 계셨던 거지요.
"예예. 그러셨군요. 자식 입장에서는 당연하지요. 쉬엄쉬엄 하세요"
고개를 끄떡여드리면서 지나쳐왔는데 내내 가슴 속 저릿함이 사라지질 않네요.
단 한명이라도 할머니의 진심이 전달이 됐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상의 부모님 모두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으실 것 같아요.
그런 척 아닌 척...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식에게 헌신하시는 부모님들...
선생님과 길에서 만난 할머니를 보며 저희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네요.
세상 모든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비록 어버이날은 지났지만 온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부모님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