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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가게 아줌마의 한마디

행복가득    점프날짜: 2022-02-21 (월) 14:45   조회수(총): 2928

1년 전쯤인가 저희집 바로 앞에 작은 토스트 가게가 하나 생겼습니다.

제가 워낙 진한 마가린 냄새를 좋아하는지라 생기자마자 바로 뛰어갔는데요ㅋ

첫눈에 급실망하고 그 후론 한번도 방문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유가 뭐였냐면 위생상태였는데요.

토스트 가게 아주머니께서 위생장갑을 끼신 채였는데

그 손으로 돈을 받으시는 것에 화들짝 놀랐지요.

게다가 위생장갑 그대로 여기저기 서랍장을 열어젖히시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머리 위에 안테나가 쭈뼛 서면서 유심히 가게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 마가린 기름때가 안묻은 곳이 없었습니다ㅠ

 

미처 닦지 못한 얼룩 위로 새로 기름때가 덮이고 

점차 변색돼가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되자

제가 참 털털한 편이긴 하지만 그 토스트는 쫌...앞으로 먹기가 힘들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위생 장갑에 대한 기억이 잊혀질 즈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밤늦게까지 열심히 장사를 하시는 모습에 오고가며 감탄을 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오랜만에 가보니 오우~ 정말 매장이 많이 깨끗해졌네요.

누군가한테 언질을 들으셨는지 그때그때 위생장갑을 벗었다 끼었다 하시더라구요.

이제야 저두 마음을 놓고 앞으론 자주 와도 되겠다구 안심을 했지요.

 

1년 만이라 절 기억 못하시리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갑자기 아주머니께서 "그때 실손 알아본다더니 확인해봤어요?" 

대뜸 물으셔서 깜짝놀랬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처음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께서 

실손 보험으로 백내장 수술을 하셨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본인 돈 한푼도 안들이고 독수리 눈처럼 밝아졌노라고 하시길래

저도 실손으로 무슨 혜택이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구 형식적인 리액션 한마디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기억하시다니! 오매야!! 

그럼 1년 동안 안온 것도 기억하신다는 건데...쪼끔 죄송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몇번 더 방문하던 중에 또 한번 당황스런 일을 겪게 됐어요.

요즘 대선 때문에 전국이 들끓고 있잖아요?

전 어떤 극단적인 쪽에도 치우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모두가 그렇듯이 저도 선호하는 후보가 있긴 하지만 

제3자에게 제가 누구를 찍을 거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고 

상대를 설득시키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반면 아주머니는 저와 반대되는 쪽을 지지하고 계시는 분이셨는데

토스트 만드시는 내내 정치적인 얘기로 열광하시며

저에게 그 후보를 찍으라고 반강요를 하시는 거에요.

아주머니께서 요리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라 장시간 들으며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이제 가는 횟수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저에게 참 의미있었던 일이 일어난 것은

남편이 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들른 엄청 추운 저녁이었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난로 앞에 앉으라며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그런데 바로 몇 분 후 갑자기 우우~ 세분의 아주머니 무리들이 가게 안으로 밀고 들어오셨어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동네 사랑방 역할의 토스트가게에서

담소를 나누고 싶어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몰려온 것이었는데요.

 

저에게도 낯이 많이 익은 동네분들이었지만 

갑작스럽고 요란뻑쩍지근한 웃음소리, 소란스러움에 당황한 저는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토스트 가게 밖으로 휭하니 나가버렸습니다.

매대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리고 있자 

토스트 아주머니께서 걱정스럽게 매대 구멍 밖으로 내다보시네요.

 

"왜 그래? 여기서 몸 녹이라니까. 거기 춥잖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처음엔 묘한 표정이던 아주머니가 점차 따스한 눈길로 변하셔서 저를 한동안 응시하시다가

남에게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싫어?" 라고 속삭이셨습니다.

순간 뭐랄까...감동이랄까요? 아니면 울컥함이랄까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확 훈훈해져옴을 느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아주머니는 내성적인 저를 파악하신 거에요.

많은 사람들을 피하는 한 장면을 보시고 제 마음을 알아주는 한마디를 하신 것인데

이 말의 여운이 오랫동안 이어져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네요.

 

" 선심도 돈 같은 거야. 함부로 낭비하지 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대사입니다.

남을 이해하고 마음 한자락 내는 것..

그건 돈 한푼 들지 않기 때문에 참 쉬울것 같지만

인생을 살면서 그조차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란 걸 실감하곤 합니다.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며

내 안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야 상대의 아픔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 과정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가 됩니다. (물론 기쁨도 크지만)

게다가 남의 아픔을 같이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잔잔한 마음에 파문이 일게 됩니다.

이게 힘겨워서 마음 조차 내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말씀 중에서 가장 기억 나는 게 아이들이 힘들어할때 최우선으로 해줘야 하는 말이

"니가 그것 때문에 아팠구나, 힘들었구나, 슬펐구나" 이런 공감이라고 해요.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순간 

마음 속의 응어리가 스르르 풀려나가면서 문제의 해결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관포지교와 비슷한 사자성어인 <백아절현>이란 말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거문고를 잘 타던 백아가 태산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오직 친구인 종자기만이 "좋도다! 높고 큰 것이 마치 태산과 같구나!"

백아가 흐르는 물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좋도다! 세찬 것이 흐르는 물과 같구나!" 하면서 

유일하게 백아의 연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알아줬다고 하지요.

 

그런데 종자기가 세상을 뜨고 나자 백아는 더 이상 거문고를 켤 의미를 찾지 못했고

스스로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렸다고 해요.

 

나를 알아주는 사람...

한순간이나마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던 사람...

그 감동의 파장은 백아가 거문고를 작파했을 만큼 평생 잊혀지지 않고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치 성향이고 나발이고ㅋ 그게 뭐가 중한디? 

자주 토스트 가게에 방문해서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답니다ㅎ

 

어떻게 보면 건네기가 힘든 한마디이지만

모든 갈등과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따뜻한 한마디들...

토스트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크나큰 지혜를 많이 곱씹어보면서 실천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께도 오늘 하루 아주머니의 한마디에 얽힌 이야기가 

마음을 적시는 좋은 의미로 닿으시길 빌어요~~^^

마지막 추위에 더더욱 건강에 유의하시고 남은 하루도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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